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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석사과정 후기 - 1] 대학원 진학 결정

01. 대학원 진학 결정

 

  안녕하세요, 테크니컬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후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대학원 진학의 결정 과정, 그리고 KAIST를 선택하게 되었던 이유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고민 당시의 상황

  먼저 객관적 전달을 위해 당시 제 상황에 대해 적어두는게 우선이겠죠. 저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재학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한 시점은 2015년 봄이었습니다. 학부에 입학하고 군대에 입대하기 전 5학기, 군복학 후 한 학기를 다닌 후, 그러니까 총 6학기를 보낸 직후였지요.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군 입대 전까지 제 학업 성적은 파멸적이었습니다. 2점 중반대였어요. 충격! D- 라는 학점이 실존한다? 정말 부끄럽지만 학사경고 까지 한 번 받았었습니다.

증거자료. 이런거 한 번도 못 보신 분들이 많을테니 보여드립니다.

후... 여러분은 이런 거 받지 마세요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 복학해서야 가까스로 학생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친구들에게 누누히 하는 말입니다만, 고등학교 때처럼 이전 학기보다 성적이 올렸을 때 주는 상 (제 모교에서는 진보상이란 이름이었는데) 이 있었다면 제가 휩쓸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학점 대신에 대외활동을 쌓았느냐? 아니요. 교내 예체능 동아리 활동 외에 다른 대외활동 경력은 없었습니다. 

  대신 긍정적이었던 부분을 적어보면, 일단 영어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당시 영어 성적이 만료되어 가지고 있는 성적은 없었지만, 시험만 본다면 적어도 공대 기준으로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만들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학부 네임밸류가 높았기에 '그래도 어딘가 갈 곳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취업시장이 좋았던 당시에도 당연히 학교 간판만 달고 무조건 갈 수 있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학부 후배분께서 볼까봐 적어둡니다만, 지금은 더욱 취업 시장이 안 좋은 듯 하니 절대 마음을 놓지 마시고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정리하자면 진로를 고민할 당시 제 스펙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서울대 공대 재학 중

- 군필

- 6개 학기 평점 : 2점 중반대, 전공 평점은 그 이하

- 대외활동 없음

- 자격증 : 워드, 운전면허

- 높은 영어 실력 (공인점수는 없음)

 

진로 고민

  급히 학점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동안 어느새 정규학기가 달랑 2개밖에 남지 않았으니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시점에서 선택권이 그리 많지는 않았죠. 일단 제가 최대로 도달할 수 있는 평점을 계산해 본 후, 높은 평점이 필요한 진로는 전부 배제하였습니다. 여기서 창업 등 아예 새로운 진로를 제외하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회사 취업이냐, 대학원 진학이냐 정도더군요.

  여기서 행운이었던 부분은 꽤 많은 수의 동기들이 이미 대학원에 진학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2년 간의 군휴학을 하는 동안 전문연구요원 등을 통해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들 또는 여학우들이었죠. 대학원에 진학한 동기들은 사실상 모두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였기 때문에 쉽게 대학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동기들에게 대학원 진학에 대해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오지마~! 제발~! 

인도에 수드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대학원생이 있다.

난 경고했다.

 

 

각색은 미세먼지만큼 들어갔습니다

 

아마 많은 대학원생들이 비슷한 답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누군가가 '대학원에 진학하려하는데 어때요?' 라고 묻는다면 심사숙고하라는 답을 줄 것 같으니까요. 그만큼 대학원, 특히 박사과정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진로입니다. 돈은 박하고, 결과는 안개 속에 있으며, 결과를 내고 나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또 고민해야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고와 함께 대학원생이 된다는 것이 실제로 무엇을 하게 되는 것인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대학원에서 하게 되는 것은 연구죠. 연구는 기존의 지식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마치 아주 세밀한 규칙이 주어진 창작과도 같습니다. 당연히 답은 주어져있지 않고, 답을 써 내려갔다고 해도 그게 답인지 알아내는데도 그만큼의 노력이 다시 필요합니다. 학부 시절 교과서를 통해 지식을 배우고 이것을 기억하여 다시 풀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죠.

 

그만큼 연구를 잘 수행함으로서 얻는 과실도 다릅니다.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새로운 지식을 논문으로 출판하는 순간, 그 지식에는 영원히 연구자의 이름이 붙게 됩니다. 당장 그 지식이 큰 쓸모는 없을 수도 있고,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를 만들어온 지식의 탑에 정말 작은 블록 하나라도 만들어냈다는 쾌감, 그것이 많은 연구자들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들을 수 있었던 대학원 진학, 연구자의 길의 장점과 단점은 이 정도였습니다.

 

  한편 학부 졸업 직후 대기업으로의 취직은 명확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금전적으로 압도적으로 안정적일 것이 분명했습니다. 대학원 재학 중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대학원 학위를 가지고 회사에 들어간다 해도 주어지는 월급 차이보다 그 학위를 취득하는 동안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더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보다도 큰 차이로, 제가 한 업무가 즉시 사회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하였습니다. 이공계 대졸 사원으로서 회사에서 제가 만들 제품, 또는 제가 제작과정을 관리할 제품들은 지금 당장 사회로 나갈 물건들이 대부분이죠. 이건 연구와는 또 다른 성취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당시 생각했던 취업의 단점은 이러하였습니다.. 곧바로 취업을 하게 된다면 결국 연구에 도전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남지 않을까? 석사, 박사 학위가 있는 것이 결국 회사 내 승진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내가 연구가 나한테 적성이 맞으면 어떡하지?

 

당시 제가 생각하던 장단점을 정리하면,


취업

 

- 경제적 안정성

- 내 성취와 결과물이 사회로 직접적으로 연결됨

 

-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들 수 있음

- 보다 높은 지위로 가기 위해선 학위가 결국 필요할 수 있음


대학원 진학

 

- 경제적 불안정성

- 연구 적성이 필요

- 결과의 불확실성

 

- 지식 생산의 성취감

- 논문을 통해 족적을 남김


 

 

이와 같았습니다. 정리해 놓고 나니, 제 경우에는 결정이 쉬웠어요.

 

 

 

결정

회사로 곧바로 가는 것은 아쉬움이 남을 수 있고, 연구에 대한 적성을 놓칠 수도 있다.

대학원 진학은 불확실성이 크고, 반대로 내가 연구 적성이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러면 대학원 석사과정에 먼저 진학해서 연구를 해보면 되겠다!

 

라는 실로 속편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빠져있는 요소가 너무 많아요! 일단 석사과정의 대부분은 연구를 하는 법 자체를 배우는데 소진된다는 것을 제대로 몰랐고, 석사만으로는 연구 결과는 가지고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죠. 회사에서도 어느 직종을 가느냐에 따라 학위의 영향도, 나이의 영향도 모두 달라지는데 그런건 별 생각없이 퉁치고 선택한거죠. 다행히 지금은 잘 정리가 되었지만 지금 진로를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저것보다는 더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편에는 진학할 학교 선택을 어떻게 했는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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