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초등학생 과외하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유용한 이야기/생활2011. 1. 26. 12:42
들어가며
젊디 젊은(?) 대학생인 저는 얼마 전 초등학생 과외를 소개받았습니다. 금전적 여유와 경험을 위해 과외를 모색하고 있던 저는 흔쾌히 바로 수락했고, 머지 않나 학생의 어머님과 통화 후 방문시간을 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지요. 무엇보다 '초등학생' 을 가르친다는 것이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과외는 여러 면에서 중고등학생 과외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대학생의 경우 중학교나 고등학교 과정은 실제 배운 지 오래 지나지 않아 내용을 숙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을 가르쳤던 학교나 학원의 선생님들의 방법, 교재들의 유형 역시 아직 익숙합니다. 당장 누군가를 가르칠 훈련이 되어 있는 것이죠. 그러나 초등학생은? 당장 초등학생 시절은 매우 오래 전입니다. 그 당시 어떤 방식으로 학습을 했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기억해내기는 쉽지 않죠.
또 다른 초등학생과외가 중고등학교 과외와 다른 점은 학생 자체가 정신적&신체적으로 많이 미숙하다는 것이겠습니다. 고학년으로 갈 수록 이는 그래도 어느 정도 완화되지만, 저와 같이(초등학교 4학년) 초등학교에서도 어린 편의 학생들은 이런 문제가 크죠. 당장 선생님의 말을 따르고,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니까요.
여기에다가 초등학생의 경우는 아예 학습의 '기초 도구'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
이 또 다른 어려움이 되겠습니다. 저는 수학과외를 맡았지만, 너무나도 오랫동안 '당연히 아는' 것이 되었던 것들, 예를 들어 분수의 곱셈이나 나눗셈, 약분 통분 등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이미 이런 도구는 준비되어 있고, 이를 통해 가공하여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 하면, 초등학생 과외는 아예 맨땅에서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걸 어떻게 '가르치지'?
위의 이유로 저는 처음에 이와 관련된 여러 글을 찾아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재는 꽤 안정적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해 고민하실 다른 초보 과외선생님들에게 참고가 되고 싶어 아래 내용을 적습니다.
첫 만남에는 무엇을 할까?
과외학생과 부모님과의 첫 대면, 이는 과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가장 긴장되는 부분 중 하나라고도 생각합니다. 당장 누군지도 모를 확률이 높은 학생과 그 부모님을 만나뵙는 긴장과, 그 분들이 어떤 사람들일지에 대한 걱정, 가서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일단 저는 그랬습니다 흑....(아마 과외를 여러번 잡아보신 분이라면 이런 긴장이 덜하시겠죠)
1) 당당하게, 하지만 너무 자만해보이지 않게
이는 모든 과외에 적용되는 것이고, 당연한 말입니다만,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건 쉽지 않습니다. 아마 초등생의 경우엔 부모님이 학생에 대한 대부분의 사항을 설명해 주실 것입니다. 듣고만 있지 마세요. 간간히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짧게라도 말씀드리면 부모님에게도, 학생에게도 신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님의 말을 끊거나, 자신의 생각만 관철하는 것(설령 부모님이 완전히 자신과 틀린 교육관을 가졌다 하더라도...사실 이 경우에는 거절하는게 맞겠죠) 역시 삼가해주세요. 자신이 대학에 들어가게된 과정을 간단히 이야기해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과외를 하신다는 것은 보통 어느정도의 인지도는 있는 대학을 다니신다는 것이니 꽤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학교에 자부심을 가지고 말하되, 너무 자만해보이지는 않도록 해주세요.
2) 간단한 커리큘럼 정도는 생각해 가자
정확히 어떤 내용을 과외할 것인지는 정해졌을 수도, 안 정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는 사전에 전화연락 등을 통해 알아 놓고, 어느정도 조사를 하여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생각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굳이 복잡하고 세부적인 것 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하루의 수업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러니까 어떤 책을 어느부분정도 풀고, 숙제를 어느정도 내고, 이런 정도만 생각해가서 말씀드리면 점수를 팍팍 딸 수 있습니다.
3) 간단한 평가용 문제를 준비해가자
위와 이어지는 것입니다만, 가르칠 내용 주변의 간단한 평가 문제를 준비해갑시다. 복잡할 것 없습니다. 아래 같은 제 허접한 문제로도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참고로 제 학생은 5학년 1학기 과정을 복습하고자 하였습니다)
제 첫날용 문제들, 좀 '허접'해보이지만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자가 그 사이에 깨졌네요)
학생이 지금까지 배웠다고 하는 부분에서 주로 내주시면 됩니다. 15분 정도 내로 풀 수 있게요. 이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에게 자신이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과외를 하려 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고, 후에 수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생각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4) 항상 웃으면서, 학생에게 상냥하게
대학생 과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학생과의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선생님들에 비해 친근한 유대를 만들기 쉽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에게도 이 장점은 존재합니다. 비록 중고등생에 비해서는 나이차가 있지만, 그래도 학생이 일반적으로 만나는 선생님들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장벽이 낮다고 할 수 있죠. 언제나 딱딱한 표정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실없어 보이는 것과 다릅니다) 간간히 학생에서 친근하게 가벼운 내용들을 물어봐 주는 것도 좋습니다. 학교생활은 어떤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이죠. 초등학생들은 친근하게 다가가는 사람과 정말 금방 친해집니다. 그리고 학생이 힘들다고 하면 과외 잘리는 것 시간문제(;;)이기 때문에도...
첫날 해야 할 일
-웃으며 상냥하게.
-이렇게 가르치려고 합니다 라고 당당히 말하기.
-학교는 재미있니? 와 같이 물어주기.
-간단한 문제 가져가기.
수업은 어떻게?
1)어차피 내용이 문제가 아니다, 가르칠 수단을 찾아야
대학생이 초등학생 과정을 '몰라서' 가르치지 못할 일은 사실상 없겠죠. 문제는 그 내용을 가르칠 수단입니다. 극단적인 비유로 1+1이 왜 2인지 가르쳐야 하는 상황....수업을 준비할 때 문제를 확인하고 풀이를 생각하는 것보다, 그 개념을 설명할 각종 언변, 비유, 위트, 매체를 찾아보는게 훨씬 이득이 됩니다. 초등학생에게 공부는 사실 굉장히 딱딱한 것이고,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려면 항상 학생이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끌 소재를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2) 수업과 관련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자주 하자
가장 좋은 것은 앞에서 말한대로 학생의 관심사를 미리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관해 말할 거리를 생각해 갑시다. 솔직히 어지간해서는 무슨 분야든 우리가 초등학생보다는 많이 압니다. 과목에 관련된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나 오늘 배운 내용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들이 좋습니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인만큼,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해주면 매우 좋아하고, 수업에 대한 집중력과 열의도 높아지게 됩니다. 적어도 일반적인 중고등학생 과외보단 2배 이상....쉬는 시간에 특히요.
이런 교재의 쉬어가는 코너도 매우 유용합니다
3) 항상 친근하게, 하지만 너무 루즈해지진 않게
왜 친근하게 대해야 하는가는 많이 말했지요. 수업시간에도 마찬가지로 그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합시다. 하지만, 그런다고 너무 루즈하게는 되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아직 어린 학생에게 '공부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은 초등학생 과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니까요. '상냥하게' 과제수행을 요구하고, '상냥하게' 자세를 바르게 할 것을 요구하고, '상냥하게' 수업을 잘 들을 것을 요구합시다. 이 때 자신의 경험을 섞어 이야기해주세요. 특히 완전히 놀아제껴서 실패한 이야기를...(눈물...) 그리고 문제를 풀어주더라도, 계속해서 반복해서 물어봐서('상냥하게' ㅎㅎ)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없도록 합시다.
사실 부모님에게 언질을 드리는 비장의 카드가 있긴 합니다만, 가능한 사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다만 숙제를 잘 해 두는지 확인을 부탁드리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4)수업내용보다도 학생이 바른 인성과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합시다.
직접적인 목표와는 다르지만, 제가 생각하는 초등학생 과외의 가장 큰 의무이자 성과입니다.
딱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중에는?
-그래도 친근하게
-이런 계산 어디에 쓰냐면..
-내가 아는 애 예전부터 자세 안좋았는데 지금 많이 고생하더라...(ㅋㅋ;;)
-열심히, '잘' 살면 좋아.
막상 저 역시 여전히 초보이다보니 이번 글은 정말 두서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새롭게 초등학생 과외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 포스트는 여기까지. 저는 곧 동아리 회식 나갈 준비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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