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석사과정 후기 - 4] 대학원 연구실 컨택


4. 컨택 이야기


컨택 -

대학원 입시의 시작과 끝


  





  익히 알고 계시다시피 대학원에서 컨택은 대학원 입학을 지망하는 사람이 들어가고자 하는 연구실의 지도교수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도교수님께 자신을 소개하고 연구실로의 참여 의사를 밝히는 한편, 본인이 입학하려는 때에 연구실에 TO가 있는지, 나아가 본인에게 그 티오를 줄 수 있는지 등 입학 후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한 모든 내용을 다룰 수 있지요.

  대학원 입시는 들어가고자 하는 연구실의 지도교수님께 컨택을 함으로서 시작되고, 합격 후 최종적으로 연구실에 들어갈 때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확인을 드리는 것도 컨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컨택은 대학원 입시의 시작과 끝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자연스레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컨택에 관련된 것입니다. 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질문하시죠.

컨택은 언제 하면 되나요?
학교에 알아보니 컨택은 입학 후에 하는 거라던데, 지금 하면 안되는 거겠죠?
컨택 메일을 어떻게 쓰죠?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여기에 더하자면


교수님이 답장을 해주시지 않아요. 어떡하죠?


이 정도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의문일 것입니다.



1) 컨택 시기

  

그냥 빨리 하세요


  반쯤은 농담입니다만, 빨리 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 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졸업을 2년, 3년씩 남겨두고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그런다면 교수님께서도 '얘가 정말 오긴 할까?' 라고 생각하실 수 밖에 없겠죠) 반 년 이상의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긍정적인 답장이 온다면 교수님께 자신의 존재를 미리 어필한다는 면에서 좋을 것이고, 부정적인 답장, 또는 무시된다면 다른 연구실을 찾을 시간적 여유를 위해서라도 컨택을 이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카이스트 입시가 시작되기 약 7개월 전에 컨택을 진행하였습니다. 카이스트 대학원 봄학기 입시는 한여름에 진행되는데, 저는 그 전 겨울에 컨택을 진행하였습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던 대전에 있는 정출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지내던 시절이었죠. 저는 두 교수님께 컨택을 드렸고 마침 대전에 있었기에 두 분 모두 자신의 연구실로 찾아와보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특히 긍정적인 답을 해 주신 교수님의 연구실을 최종적으로 목표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 학교에 알아보니 입학 후 컨택이 원칙이라던데 지금 하면 안되는거 아니에요?


  이거 진짜 많이 본 질문인데요! 학교에 따라 (카이스트도 학과에 따라) 입학 후 컨택이 원칙인 곳들이 있지요?

예의를 갖추어 보낸 컨택 메일에 대고 컨택 하면 안되는데 했다고 해코지할 교수님 없습니다. 무시하신다면 모를까. 자대생들을 포함해서 많은 인원들이 컨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미리 어필해서 손해볼 것은 전혀 없어요. 걱정 마시고, 연락 한 번 해 보세요. 내용을 '저 티오를 주세요!' 라고 하실 것도 아니고 연구실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는 컨택은 규정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교수님들께서도 컨택한 사람에게 '오, 티오를 줄게요.' 라고 답하시지도 않고요.  


만일 '넌 컨택을 치사하게 미리 했으니 오지 말거라!' 라고 하시면?



모니터를 향해 큰 절 올리시고 '감사합니다!' 복창하세요. 괴수님께서 여러분을 놓아 주셨습니다.



2) 컨택 메일의 내용


  컨택 메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많은 분들이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컨택을 하곤 합니다. (아래 예시는 모두 굉장히 축약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XX 대학원 입학을 준비중인 OOO 입니다. ㅁㅁ 분야에 관심이 있는데 교수님의 연구가 해당 분야라 연락드렸습니다. 연구실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데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준비를 하면 될까요/티오가 있을까요?

이런 식의 메일은 십중팔구 휴지통 행일겁니다.

교수님은 본인의 연구분야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으시죠. 금하실 것은 자신의 연구실에 관심을 보인 이 학생이 어떤 사람이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생판 정보를 주지 않은 학생에게 시간을 내어 본인 연구실을 소개하고 정보를 준다면, 교수님이 보살이시거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랩일 가능성이 크겠죠. 교수님들도 사람이시니 저런 메일이 달가울리 없고, 당연히 메일의 주 내용은 자신에 대한 소개가 되어야 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OO 대학 ㅁㅁ학과에 재학중인 XXX입니다. 

연락드린 것은...(작성 이유 1,2문장으로 요약)

  저는 AA 분야에 대한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BB, CC과목 등을 수강하여 기초 지식을 (...중략...) 해당 과목들 대부분에서 A0 이상의 우수한 성적을 받았으며  (...) 졸업 학점은 X.X점 대 (... 중략...)  기타 자기소개 (...중략...) 

  이와 같은 준비를 통해 AA 분야에 대한 연구의 꿈을 펼치기 위해 DD 대학원 EE 학과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과에 대해 알아보던 중 교수님께서 이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연구실 소개 홈페이지를 통해 교수님께서 출판하신 논문들을 읽어보고 더욱 교수님의 연구가 제가 꿈꾸던 연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어 (...) 이에 교수님께 조언을 얻고자 연락드렸습니다.

(...후략)

  가볍게 쓴 예시이지만 적어도 이 정도의 정보를 말씀드려야 교수님께서도 '이런 학생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군' 이라 생각하시고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답장을 마음먹으실 수 있으시겠죠. 여기에 구체적인 스펙이나 실적이 담긴 CV를 첨부할 수 있다면 컨택 메일로서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이와 같이 메일을 작성하였었습니다. 간략하게 제 소개를 드리고 교수님의 어떤 분야에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제가 그 분야를 위해 어떤 준비가 되어있는지 적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제가 대전에 있었던 만큼 방문을 여쭈었었지요. 앞서 적었듯이 답장은 긍정적이셨었습니다.


  아, 당연한 팁인데, 조금은 부끄럽지만 저는 제 강점들을 가능한 보이게 하고 단점을 숨길 수 있도록 메일을 적었습니다. 제 부족한 학점은 높은 학점을 얻었던 전공과목들을 주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다른 스펙을 설명함으로서 '포장'을 했어요. 너무 노골적이면 안되겠지만 교수님과의 첫 연결인 만큼 어느정도의 '포장'은 신경써서 적어주세요.


- 제목 등에 용건을 먼저 적어드리자

- 자기 소개를 확실히 하자

- 연구 분야 뿐 아니라 왜 자신이 그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떤 준비를 했는지 어필하자

- 적당한 포장은 센스


- 예의를 갖추자



3) 컨택 메일의 답장

  

  교수님에 따라 정말 칼같이 몇 분 만에 답장이 오는 경우도 있고, 1주일이나 뒤에 뜬금없이 답장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정도 끈기를 가지고 침착하게 다른 공부를 하며 기다리시면 됩니다. 컨택은 당장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건 아니에요. 마음을 편히 먹고 계셔도 됩니다.


a) 무시당한다

  안타깝지만, 무시당하실 확률이 결코 낮지 않습니다. 주요 대학원의 교수님들 대부분이 메일창이 항상 불나고 있기도 하고, 바쁘시기도 하여 메일을 읽어보시지 않는 경우도 많으시죠. 이 경우 정말로 읽을 생각이 없으셔서 안 읽으시는 경우도 있고, 미처 확인을 못한 채로 메일이 넘어가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체감적으로는 안 읽으셨을 경우에는 후자일 확률이 훨씬 크니까 1주일 정도 뒤에 다시 한 번 메일을 보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b) 부정적 답변


 저도 자대에서 받았던 답변입니다.  '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사람을 충원하지 않습니다' ' 제 그룹과는 아무래도 적성이 맞지 않으실 듯 합니다' 이런 내용이 왔다면 어쩔 수 없겠죠. 슬프지만 거절 답장을 이렇게 친절히 해주신 것도 교수님의 배려입니다. 답장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은 꼭 드려둡시다. 나중에 연구실 사정이 바뀔 수도 있어요.


c) 입학하면 연락하세요~


  조금 슬픈 이야기입니다만 이런 교수님들은 자기 눈에 띄는 학생이 메일 보내면 긍정적으로 답하시는 경우가 왕왕 있더군요... 인기랩의 교수님들이 특히 이런 식으로 답변을 해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드릴 답장은 b)와 동일합니다만, 이 경우 적어도 입시 일정이 끝나는대로 즉각 연락을 다시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세요.


d) 긍정적 답변

  

  축하드립니다. 교수님께서 어떤 조언을 해주시거나, 추후 연락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다. 항상 예의를 갖춰 대하되, 만에하나 자신이 놓치고 있던 연구실의 요소가 없는지 조심스레 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아직은 그 연구실에 들어간게 아니니까요! 들어가면 돌이키기 아주 힘드니까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한 생각은 계속 해 주세요.



4) 마지막으로


  앞서 주저리주저리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대부분의 컨택메일에서 문제는 내용 자체가 아니라, 예.의.가. 없.어.서. 발생합니다. 대학원생이 되신 후에는 교수님이 늘 좋으신 분은 아니실 수도 있고, 괴수님들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지금 메일을 받게되는 사람은 그 분야에서 나름 명성을 가진 학자입니다. 높-으신 분들께 쓰듯이 쓰라는 게 아니라, 딱 사람 대 사람 정도의 예의를 담아주시면 됩니다. 생각외로 많은 분들이 황당할 정도로 짧은 메일을 보내거나 본인 용건만 들이미시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하면 연구실에 들어가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추후 입학에도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어요. 

꼭,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예의는 갖추어 적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 글에는 마침내 입학전형을 진행하는 이야기를 써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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