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석사과정 후기 - 2] 학교 선택

02. 학교 선택



  안녕하세요, 테크니컬입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오늘은 제가 대학원을 진학할 대학을 선택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목은 이렇게 지었지만 이공계 대학원 진학에 있어 학교의 선택은 상대적으로 부차적인거에요.


지도교수님 선택이 제일 중요합니다.


  너무나 중요한거라 박스쳤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셨을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아무리 많이 들어도 과하지 않은 말입니다.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학교에 진학해서도 좋은 지도교수님 아래에서 착실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고, 좋은 지도를 받으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좋은 학교에 진학했더라도 소위 '괴수' 밑으로 들어가면 학위는 커녕 문자 그대로 정신병만 가지고 학교에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절대로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래 내용을 읽으시면서도 저 문장을 항상 상기하시고 읽어주세요. 지도교수님을 고르는 것은 거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수준에 버금가는 중요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학교에 지원하지?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포스텍


  지난 글에서 보셨듯이 저는 우선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과정을 다니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럼 당연히 다음 결정은 어느 학교를 갈까? 가 되겠죠. 그렇게 선택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 중 절대 다수가 그렇듯이 저도 대학원은 자대, 또는 자대보다 더욱 우수한 학교의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으니까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의 탑3인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이 세 곳으로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이 세 대학들은 많은 사이트에서 SPK 등의 약어로 묶여 불릴만큼 쟁쟁한 연구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 읽었던 책에서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아직 세계 50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많이 부족하다! 이런 내용들을 많이 읽었었는데, 어느새 저 세 대학은 학과에 따라 20위 안쪽에서도 종종 이름이 보이니까요. 저는 이 세 대학을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학부 입시때처럼 대학원 역시 학교별로 순위를 매겨 평가하려하시고는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위 세 대학간에는 '학교'의 순위는 무의미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제가 직접 체험해본 서울대와 카이스트 두 학교는요. 포스텍도 분명 앞의 두 학교들과 동급의 연구환경과 교수진을 가지고 있을것입니다. 제가 앞에서 뭐라고 말씀드렸죠?


지도교수님 선택이 제일 중요합니다.


  혹~시나 잊으셨을까봐 또 적었습니다. 그냥 대학원 진학이 아니라 연구실 진학이라고 생각하세요!


  다행히 이 시점에서 저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저 이야기를 들은 뒤였고, 이 원칙에 따라 우선 교수님들과 연구실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위 세 대학의 연구실 정보를 어느정도 살펴볼 수 있는 김박사넷 (http://phdkim.net) 이라는 사이트가 있지요?(자랑스러운 선배님이 만드신 사이트! 나중에 또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직 김박사넷이 만들어지기 전이었고, 직접 발품을 팔아 정보를 모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가장 쉽게 정보를 알 수 있던 곳은 학부 자대인 서울대학교였습니다. 제 학과의 많은 교수님들 중 몇몇 분들은 이미 학부생들까지 그 무시무시한 악명 명성이 전해지고 있었죠. 분명히 명성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교수님들을 모두 존경합니다. 절대로 무서워서 이렇게 쓰는게 아닙니다. 저도 거주지가 서울이기도 했고, 오랜 학부생활(갑자기 슬픈 느낌이 드신다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익숙해진 학교에서 대학원 생활을 계속하는 메리트가 있기에 우선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자연스레 제가 '명성'을 버틸 수 없을 연구실들을 배제하고, 그 다음으로 제 관심사와 연관이 있는 연구실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이걸 이미 해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당연히 한 학과에서 교수님들의 세부적인 분야가 완전히 같은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처음부터 교수를 채용할 때 각 교수가 각자 하나의 세부적인 분야를 담당하도록 채용된 것일테니까요. 이 말은 곧, 내가 정말 세부적인 분야를 정했다면 그 분야를 담당하는 교수는 보통 학과당 한 분, 많아야 두 분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제 막 학부를 졸업하는 학생이 세부적인 분야를 정하기는 어렵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 세부적인 분야를 확정하는 것이 대학원 생활의 초반이니까요. 어쨌든 드리고 싶은 말은 큰 규모의 학과의 경우 정말 많은 연구실이 있어 보이지만, 본인의 관심사에 맞는 연구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단순히 분야만 고려한 것이고, 연구실 분위기, 교수님의 성향, 경제적 보수 등을 따지면 더욱 줄어들겠죠.


  저는 약 2~3개 정도의 넓은 분야를 관심사로 설정하고 연구실들을 추려냈습니다. 이어서 학부 내에 잘 알려진 힘든 연구실들을 배제했죠. 그 결과 제 자대에 제가 지원할 만한 연구실은 3개 남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세 연구실 모두 다 


1) 연구실 사정으로 제가 지원하는 시기에 학생을 받을 수 없거나

2) 이미 내정자가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매우 아쉽게 되었죠. 저 세 연구실 말고도 다른 후보들이 있었지만 저에게는 여러모로 크게 아쉬운 점이 하나씩 있는 곳들이었습니다. 특히 금전적인 면에서요. 그렇다면 제 선택은?



이렇게 된 이상 대전으로 간다!


  농담이고, 처음부터 카이스트의 연구실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ㅋㅋ 제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교수님의 중요성을 들어왔었으니까요. 다만 자대가 아닌 만큼 상대적으로 연구실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게 느렸을 뿐입니다. 다행히도,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많은 학생들을 같은 고등학교(주로 과학고)들로부터 공유하고 있었고 또 대학원 간의 교류도 많은 편이었습니다. 저는 동기들을 통해 조금씩 카이스트에 재학중인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었고 카이스트 쪽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죠. 그리고 네! 카이스트에도 제게 꼭 맞는 연구실들이 있으며, 자리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카이스트는 서울대에 비해 학부 규모가 작은 편인데, 이것이 내정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이기도 한 듯합니다)

그 시점에서 당연히, 앞서 몇 번을 말씀드린 원칙에 따라,

저는 제가 지도를 받고싶은 교수님이 있는, 

제가 연구를 하고 싶은 연구실이 있는,

카이스트로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번외: 카이스트에는 어떤 장점이 있었나?


  이건 저도 한동안 들었던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적어도 제 학과에서는 서울대 학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로 진학한 사람이 극히 드물었습니다. 서울대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학부를 졸업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익숙해진 서울을 떠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선택일 것입니다. 대전에 연고가 있다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수도권과 대전의 인구는 거의 열 배가 차이나는 만큼 오히려 서울에 연고가 있는 사람이 훨씬 많겠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카이스트와 서울대 대학원의 수준은 정말로 동급입니다. 이건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내용입니다. 오히려 같은 학교 안에서 랩간의 차이가 훨씬 크죠. 따라서 카이스트가 특별히 연구면에서 더 강하다! 라는 이유로 선택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카이스트가 갖는 장점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아래에 그 장점들을 나열해볼게요. 일부는 여기 와서야 알게 된 장점이기도 합니다.


-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비

학교 등록금을 구체적으로 조사하시면 아시게 되겠지만, 카이스트의 실질 등록금은 국비 장학생 기준 90만원 남짓입니다. 그리고 서울대의 경우 360만원 수준으로 기억합니다. 여기에 카이스트는 석사과정생에게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월 27만원 정도의 지원금이 나오며, 기숙사비 역시 훨씬 저렴하기에 (서울대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할 확률도 큽니다) 경제적으로 보다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 교통의 편의성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숭실대학교가 서울대입구역에 더 가깝다는게 사실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반쯤은 농담이에요. 카이스트도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월평역까지는 15분 남짓을 걸어야 하니 교통이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위에서 언급된 기숙사의 유무와 시너지가 있는데요, 서울대에 재학중이라도 많은 경우 통학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서울대 정문 - 서울대 입구역 라인의 죽여주는 교통 체증을 맛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칠ㄴ-.. 아니 오래오래 고통받았거든요)


아, 그리고 주말에 서울을 오가다보면 생각보다 대전이 가깝다고 느끼게 됩니다. ㅋㅋ


- 전문연구요원

  카이스트 박사과정에 진학한 학생은 영어점수, 학점 등 별도의 요구사항 없이 100% 전문연구요원에 편입되어 병역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군필이기에 관련이 없었지만 많은 분들에게 정말정말 큰 장점일거에요.


- 캠퍼스


 이건 취향 차이일 수도 있는데 카이스트는 상대적으로 건물 사이 간격이 매우 넓습니다. 또 지형이 전체적으로 평지이고 안에 있는 호수 역시 나름 풍치가 있어서 교내를 오갈 때 항상 좀 더 여유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이 정도만 적고, 나중에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때 자세한 썰을 풀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ㅋㅋ 당연히 반대로 서울대가 카이스트보다 좋은 점도 정말 많습니다. 당장 서울이라는 위치부터 시작해서, 훨씬 규모가 큰 종합대학으로서 딸려오는 부대시설들의 다양함, 인문대, 사회대, 음미대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교양 등등... 하지만 위의 카이스트의 장점도, 서울대의 장점도 저에게는 다 부차적인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지도교수님 선택이 제일 중요합니다.



다음회부터는 카이스트 대학원 진학 준비 과정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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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석사과정 후기 - 1] 대학원 진학 결정

01. 대학원 진학 결정

 

  안녕하세요, 테크니컬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후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대학원 진학의 결정 과정, 그리고 KAIST를 선택하게 되었던 이유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고민 당시의 상황

  먼저 객관적 전달을 위해 당시 제 상황에 대해 적어두는게 우선이겠죠. 저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재학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한 시점은 2015년 봄이었습니다. 학부에 입학하고 군대에 입대하기 전 5학기, 군복학 후 한 학기를 다닌 후, 그러니까 총 6학기를 보낸 직후였지요.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군 입대 전까지 제 학업 성적은 파멸적이었습니다. 2점 중반대였어요. 충격! D- 라는 학점이 실존한다? 정말 부끄럽지만 학사경고 까지 한 번 받았었습니다.

증거자료. 이런거 한 번도 못 보신 분들이 많을테니 보여드립니다.

후... 여러분은 이런 거 받지 마세요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 복학해서야 가까스로 학생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친구들에게 누누히 하는 말입니다만, 고등학교 때처럼 이전 학기보다 성적이 올렸을 때 주는 상 (제 모교에서는 진보상이란 이름이었는데) 이 있었다면 제가 휩쓸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학점 대신에 대외활동을 쌓았느냐? 아니요. 교내 예체능 동아리 활동 외에 다른 대외활동 경력은 없었습니다. 

  대신 긍정적이었던 부분을 적어보면, 일단 영어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당시 영어 성적이 만료되어 가지고 있는 성적은 없었지만, 시험만 본다면 적어도 공대 기준으로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만들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학부 네임밸류가 높았기에 '그래도 어딘가 갈 곳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취업시장이 좋았던 당시에도 당연히 학교 간판만 달고 무조건 갈 수 있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학부 후배분께서 볼까봐 적어둡니다만, 지금은 더욱 취업 시장이 안 좋은 듯 하니 절대 마음을 놓지 마시고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정리하자면 진로를 고민할 당시 제 스펙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서울대 공대 재학 중

- 군필

- 6개 학기 평점 : 2점 중반대, 전공 평점은 그 이하

- 대외활동 없음

- 자격증 : 워드, 운전면허

- 높은 영어 실력 (공인점수는 없음)

 

진로 고민

  급히 학점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동안 어느새 정규학기가 달랑 2개밖에 남지 않았으니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시점에서 선택권이 그리 많지는 않았죠. 일단 제가 최대로 도달할 수 있는 평점을 계산해 본 후, 높은 평점이 필요한 진로는 전부 배제하였습니다. 여기서 창업 등 아예 새로운 진로를 제외하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회사 취업이냐, 대학원 진학이냐 정도더군요.

  여기서 행운이었던 부분은 꽤 많은 수의 동기들이 이미 대학원에 진학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2년 간의 군휴학을 하는 동안 전문연구요원 등을 통해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들 또는 여학우들이었죠. 대학원에 진학한 동기들은 사실상 모두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였기 때문에 쉽게 대학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동기들에게 대학원 진학에 대해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오지마~! 제발~! 

인도에 수드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대학원생이 있다.

난 경고했다.

 

 

각색은 미세먼지만큼 들어갔습니다

 

아마 많은 대학원생들이 비슷한 답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누군가가 '대학원에 진학하려하는데 어때요?' 라고 묻는다면 심사숙고하라는 답을 줄 것 같으니까요. 그만큼 대학원, 특히 박사과정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진로입니다. 돈은 박하고, 결과는 안개 속에 있으며, 결과를 내고 나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또 고민해야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고와 함께 대학원생이 된다는 것이 실제로 무엇을 하게 되는 것인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대학원에서 하게 되는 것은 연구죠. 연구는 기존의 지식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마치 아주 세밀한 규칙이 주어진 창작과도 같습니다. 당연히 답은 주어져있지 않고, 답을 써 내려갔다고 해도 그게 답인지 알아내는데도 그만큼의 노력이 다시 필요합니다. 학부 시절 교과서를 통해 지식을 배우고 이것을 기억하여 다시 풀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죠.

 

그만큼 연구를 잘 수행함으로서 얻는 과실도 다릅니다.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새로운 지식을 논문으로 출판하는 순간, 그 지식에는 영원히 연구자의 이름이 붙게 됩니다. 당장 그 지식이 큰 쓸모는 없을 수도 있고,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를 만들어온 지식의 탑에 정말 작은 블록 하나라도 만들어냈다는 쾌감, 그것이 많은 연구자들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들을 수 있었던 대학원 진학, 연구자의 길의 장점과 단점은 이 정도였습니다.

 

  한편 학부 졸업 직후 대기업으로의 취직은 명확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금전적으로 압도적으로 안정적일 것이 분명했습니다. 대학원 재학 중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대학원 학위를 가지고 회사에 들어간다 해도 주어지는 월급 차이보다 그 학위를 취득하는 동안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더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보다도 큰 차이로, 제가 한 업무가 즉시 사회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하였습니다. 이공계 대졸 사원으로서 회사에서 제가 만들 제품, 또는 제가 제작과정을 관리할 제품들은 지금 당장 사회로 나갈 물건들이 대부분이죠. 이건 연구와는 또 다른 성취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당시 생각했던 취업의 단점은 이러하였습니다.. 곧바로 취업을 하게 된다면 결국 연구에 도전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남지 않을까? 석사, 박사 학위가 있는 것이 결국 회사 내 승진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내가 연구가 나한테 적성이 맞으면 어떡하지?

 

당시 제가 생각하던 장단점을 정리하면,


취업

 

- 경제적 안정성

- 내 성취와 결과물이 사회로 직접적으로 연결됨

 

-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들 수 있음

- 보다 높은 지위로 가기 위해선 학위가 결국 필요할 수 있음


대학원 진학

 

- 경제적 불안정성

- 연구 적성이 필요

- 결과의 불확실성

 

- 지식 생산의 성취감

- 논문을 통해 족적을 남김


 

 

이와 같았습니다. 정리해 놓고 나니, 제 경우에는 결정이 쉬웠어요.

 

 

 

결정

회사로 곧바로 가는 것은 아쉬움이 남을 수 있고, 연구에 대한 적성을 놓칠 수도 있다.

대학원 진학은 불확실성이 크고, 반대로 내가 연구 적성이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러면 대학원 석사과정에 먼저 진학해서 연구를 해보면 되겠다!

 

라는 실로 속편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빠져있는 요소가 너무 많아요! 일단 석사과정의 대부분은 연구를 하는 법 자체를 배우는데 소진된다는 것을 제대로 몰랐고, 석사만으로는 연구 결과는 가지고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죠. 회사에서도 어느 직종을 가느냐에 따라 학위의 영향도, 나이의 영향도 모두 달라지는데 그런건 별 생각없이 퉁치고 선택한거죠. 다행히 지금은 잘 정리가 되었지만 지금 진로를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저것보다는 더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편에는 진학할 학교 선택을 어떻게 했는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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