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석사과정 후기 - 3] 대학원 지원을 위한 준비

3. 대학원 지원을 위한 준비


 2015년 가을. 8번째 학기가 끝나가던 무렵. 대학원 지원을 결정하고 학교까지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첫 글에서 보셨다시피 저는 아직 가진 스펙이랄게 거의 없었죠. 특히 대학원 진학에 있어 가장 큰 요소라는 학점이 크게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름에 시작되는 카이스트 대학원 봄학기 입시까지는 대략 9개월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이미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도 주어진 시간내에서 가능한 한 많은 요소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카이스트를 포함한 주요 대학원 준비에 필요한 사항은 다들 대동소이합니다.


-학점

-경험

-실적

-영어

-컨택

   ....


  모두 다들 알고 있는 필수적인 항목들이죠. 저는 이렇게 제가 준비해야 하는 항목들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각각의 항목에서 가능한 한 시간내로 준비를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원 준비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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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점


  다다익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이미 다닌 학기가 너무 많은 것이 컸지요.(5개 학기) 군휴학 전의 처참한(...) 학점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렇다고 복학 후 A+를 도배한다거나 하지는 못했고, 평균 이상의 학점을 얻기는 하였지만 결국 3점 초반대의 학점으로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려 2개의 추가학기를 써 가면서 기존 학점들을 많이 재수강으로 지웠음에도 그렇게 되었네요. 제 노력 부족이었지만 결국 학부 생활의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면접 후기에서 적겠지만 군 복학 후 학점이 크게 올랐다는 사실은 교수님들도 긍정적으로 봐 주셨었습니다. 혹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계신 분... 아니 어느 분이시든지, 한 두개의 추가학기로 졸업 평점을 많이 올리실 수 있다면 어지간하면 그렇게라도 평점을 올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대학원에 진학할때는 물론이고 다른 많은 진로에서 학점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한 번 졸업한 후에는 다시는 바꿀 수 없는 요소니까요. 미래의 선택지를 넓혀둔다는 생각으로 꼭 챙겨두시길 바랍니다.

다 제가 못 챙기고 나와서 후회되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ㅜㅜ


2) 인턴 등 경험 만들기

  
  많은 학교에서 학부생들에게 연구실 인턴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예 의무적으로 모든 학부생이 연구실에 직접 들어가 인턴을 수행하며 졸업논문을 작성하도록 체계가 잡혀있는 학교들도 있지요. 하지만 제 학과에서는 그런 시스템이 있지는 않았고 관심이 있는 연구실에 직접 연락하여 인턴을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대에서 이런 자대생 인턴들은 보통 졸업 후 그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시다시피 저는 아니었죠(...) 그래서 인턴을 부탁드리기에 다소 껄끄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컨택과 마찬가지로 좋은 연구실에 인턴을 들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고요.

  대신 제가 알아본 기회는 정부출연연구소, 정출연에서 제공하는 현장실습 기회였습니다. 많은 정출연들이 지방에 있고 또 공개 채용처럼 대외적으로 홍보되는 기회가 아니기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많은 정출연들이 학연 등을 통하여 학부생들에게 현장실습생 내지 체험형 인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금전적 보수는 기대할 수 없겠지만 지방에 있는 경우 아슬아슬하게 거주비 정도는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으니 잘 알아보시면 기회가 있을 거에요. 저 역시도 교수님을 통해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2016년 겨울방학에 2달동안 대전에 있는 한 정출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지내며 실험 보조등을 맡았습니다. 실제 연구와는 차이가 있는 일이었지만 어깨너머로 연구원님들이 어떻게 연구를 진행하시는지 직접 볼 수 있었고, 실험실에서 장비들을 다루는 경험 역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였을 때 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마침 장소가 대전이었기에 카이스트에 컨택을 진행할 때에도 유익한 면이 많았습니다.


  아, 또 지금 생각해보면 연구소 외에도 관련 업계 대기업에서 인턴기회를 갖는 것도 동급의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상으로는 관련 업계 회사 경력은 대학원에서 많이 긍정적으로 쳐주니까, 관련 분야 대기업 인턴 경력도 적어도 단기 연구소 인턴과 동급으로 봐도 되겠죠?



3) 실적


  이거 정말 많은 분들 속을 썩이시는 항목이죠. 저도 학부 때는 연구실 구경도 별로 못해봤는데 남들은 학부때도 어디서 SCI 논문을 팍팍 써오고, 학술대회 경력도 있고. 그런거 하나도 없었던 제가 말하기는 조금 염치 없습니다만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큰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부가 인서울 중위권 대학 이상이시라면 적어도 학점보다는 영향력이 적은 것 같아요. 극단적으로는 '학생들을 뽑아 보니 학부 시절 쓰는 논문은 대부분 박사과정생이 리드해서 쓴 거더라, 그래서 학생들 뽑을 때 논문 실적을 정말 박사들 논문 실적만큼 의미있게 보고 있지는 않다' 라고 말씀해주신 교수님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물론, 저 말씀대로라도 진짜 연구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이니 실적이 많아서 나쁠 것은 없겠죠?


  저는 학부 때 연구활동을 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학술지 게재논문 등의 실적을 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이 실적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만, 대신 학과 내에서 졸업논문 발표대회를 좀 더 신경써서 준비하였습니다. 그 결과 졸업논문 우수발표상을 탈 수 있었고 이걸 유일한 학업관련 수상 실적으로 삼아 제출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제 학점이 학과 평균에 준하는 수준으로 낮았기에 대신 이런 학과 내 수상 실적을 제출하면 많은 부분이 커버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 영어


  국내 대학원 진학시 영어는 최소기준점만 넘기면 됩니다! 카이스트는 아주 높은 점수를 요구하지는 않았는데, 서울대의 경우에는 텝스를 기준으로 꽤 높은 점수를 요구했던 것 같네요. 일단 기준점만 넘기면 어지간해서는 선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단, 많이 높은 경우를 빼고요.

  조금 건방지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저는 학점을 대가로 영어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적었듯이 '눈에 확 띌 수준의' 점수가 아니라면 입시에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았기에 눈에 띌 만한 점수를 받고자 준비를 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는 TOEIC, 토익 만점(990점)을 영어성적으로 제출했고 이는 실제로 면접에서 교수님들이 좋은 평가를 해 주셨습니다.


5) 컨택


  대학원 입시의 시작과 끝



   대학원 입시에서 컨택은 관심있는 교수님께 연락을 취하여 자신을 소개하고 TO 등을 여쭙는 일체의 연락을 통칭하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학원은 '학교'에 들어간다기 보다는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이니까, 컨택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컨택은 다음 글로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은 컨택 과정에 대한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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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석사과정 후기 - 1] 대학원 진학 결정

01. 대학원 진학 결정

 

  안녕하세요, 테크니컬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후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대학원 진학의 결정 과정, 그리고 KAIST를 선택하게 되었던 이유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고민 당시의 상황

  먼저 객관적 전달을 위해 당시 제 상황에 대해 적어두는게 우선이겠죠. 저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재학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한 시점은 2015년 봄이었습니다. 학부에 입학하고 군대에 입대하기 전 5학기, 군복학 후 한 학기를 다닌 후, 그러니까 총 6학기를 보낸 직후였지요.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군 입대 전까지 제 학업 성적은 파멸적이었습니다. 2점 중반대였어요. 충격! D- 라는 학점이 실존한다? 정말 부끄럽지만 학사경고 까지 한 번 받았었습니다.

증거자료. 이런거 한 번도 못 보신 분들이 많을테니 보여드립니다.

후... 여러분은 이런 거 받지 마세요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 복학해서야 가까스로 학생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친구들에게 누누히 하는 말입니다만, 고등학교 때처럼 이전 학기보다 성적이 올렸을 때 주는 상 (제 모교에서는 진보상이란 이름이었는데) 이 있었다면 제가 휩쓸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학점 대신에 대외활동을 쌓았느냐? 아니요. 교내 예체능 동아리 활동 외에 다른 대외활동 경력은 없었습니다. 

  대신 긍정적이었던 부분을 적어보면, 일단 영어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당시 영어 성적이 만료되어 가지고 있는 성적은 없었지만, 시험만 본다면 적어도 공대 기준으로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만들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학부 네임밸류가 높았기에 '그래도 어딘가 갈 곳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취업시장이 좋았던 당시에도 당연히 학교 간판만 달고 무조건 갈 수 있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학부 후배분께서 볼까봐 적어둡니다만, 지금은 더욱 취업 시장이 안 좋은 듯 하니 절대 마음을 놓지 마시고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정리하자면 진로를 고민할 당시 제 스펙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서울대 공대 재학 중

- 군필

- 6개 학기 평점 : 2점 중반대, 전공 평점은 그 이하

- 대외활동 없음

- 자격증 : 워드, 운전면허

- 높은 영어 실력 (공인점수는 없음)

 

진로 고민

  급히 학점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동안 어느새 정규학기가 달랑 2개밖에 남지 않았으니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시점에서 선택권이 그리 많지는 않았죠. 일단 제가 최대로 도달할 수 있는 평점을 계산해 본 후, 높은 평점이 필요한 진로는 전부 배제하였습니다. 여기서 창업 등 아예 새로운 진로를 제외하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회사 취업이냐, 대학원 진학이냐 정도더군요.

  여기서 행운이었던 부분은 꽤 많은 수의 동기들이 이미 대학원에 진학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2년 간의 군휴학을 하는 동안 전문연구요원 등을 통해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들 또는 여학우들이었죠. 대학원에 진학한 동기들은 사실상 모두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였기 때문에 쉽게 대학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동기들에게 대학원 진학에 대해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오지마~! 제발~! 

인도에 수드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대학원생이 있다.

난 경고했다.

 

 

각색은 미세먼지만큼 들어갔습니다

 

아마 많은 대학원생들이 비슷한 답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누군가가 '대학원에 진학하려하는데 어때요?' 라고 묻는다면 심사숙고하라는 답을 줄 것 같으니까요. 그만큼 대학원, 특히 박사과정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진로입니다. 돈은 박하고, 결과는 안개 속에 있으며, 결과를 내고 나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또 고민해야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고와 함께 대학원생이 된다는 것이 실제로 무엇을 하게 되는 것인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대학원에서 하게 되는 것은 연구죠. 연구는 기존의 지식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마치 아주 세밀한 규칙이 주어진 창작과도 같습니다. 당연히 답은 주어져있지 않고, 답을 써 내려갔다고 해도 그게 답인지 알아내는데도 그만큼의 노력이 다시 필요합니다. 학부 시절 교과서를 통해 지식을 배우고 이것을 기억하여 다시 풀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죠.

 

그만큼 연구를 잘 수행함으로서 얻는 과실도 다릅니다.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새로운 지식을 논문으로 출판하는 순간, 그 지식에는 영원히 연구자의 이름이 붙게 됩니다. 당장 그 지식이 큰 쓸모는 없을 수도 있고,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를 만들어온 지식의 탑에 정말 작은 블록 하나라도 만들어냈다는 쾌감, 그것이 많은 연구자들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들을 수 있었던 대학원 진학, 연구자의 길의 장점과 단점은 이 정도였습니다.

 

  한편 학부 졸업 직후 대기업으로의 취직은 명확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금전적으로 압도적으로 안정적일 것이 분명했습니다. 대학원 재학 중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대학원 학위를 가지고 회사에 들어간다 해도 주어지는 월급 차이보다 그 학위를 취득하는 동안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더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보다도 큰 차이로, 제가 한 업무가 즉시 사회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하였습니다. 이공계 대졸 사원으로서 회사에서 제가 만들 제품, 또는 제가 제작과정을 관리할 제품들은 지금 당장 사회로 나갈 물건들이 대부분이죠. 이건 연구와는 또 다른 성취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당시 생각했던 취업의 단점은 이러하였습니다.. 곧바로 취업을 하게 된다면 결국 연구에 도전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남지 않을까? 석사, 박사 학위가 있는 것이 결국 회사 내 승진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내가 연구가 나한테 적성이 맞으면 어떡하지?

 

당시 제가 생각하던 장단점을 정리하면,


취업

 

- 경제적 안정성

- 내 성취와 결과물이 사회로 직접적으로 연결됨

 

-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들 수 있음

- 보다 높은 지위로 가기 위해선 학위가 결국 필요할 수 있음


대학원 진학

 

- 경제적 불안정성

- 연구 적성이 필요

- 결과의 불확실성

 

- 지식 생산의 성취감

- 논문을 통해 족적을 남김


 

 

이와 같았습니다. 정리해 놓고 나니, 제 경우에는 결정이 쉬웠어요.

 

 

 

결정

회사로 곧바로 가는 것은 아쉬움이 남을 수 있고, 연구에 대한 적성을 놓칠 수도 있다.

대학원 진학은 불확실성이 크고, 반대로 내가 연구 적성이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러면 대학원 석사과정에 먼저 진학해서 연구를 해보면 되겠다!

 

라는 실로 속편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빠져있는 요소가 너무 많아요! 일단 석사과정의 대부분은 연구를 하는 법 자체를 배우는데 소진된다는 것을 제대로 몰랐고, 석사만으로는 연구 결과는 가지고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죠. 회사에서도 어느 직종을 가느냐에 따라 학위의 영향도, 나이의 영향도 모두 달라지는데 그런건 별 생각없이 퉁치고 선택한거죠. 다행히 지금은 잘 정리가 되었지만 지금 진로를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저것보다는 더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편에는 진학할 학교 선택을 어떻게 했는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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