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공학과에 해당하는 글 2

[KAIST 석사과정 후기 - 7] 면접

7. 면접


  마침내 면접까지 왔네요. 아직 본격적인 석사 생활을 써보기 시작하지도 못했는데 꽤 긴 여정을 지나온 느낌입니다. 그만큼 카이스트 입학 전에는 면접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기 때문이겠죠? 입학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만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절차인 만큼 가능한 기억을 살려 많은 예비 대학원생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어보겠습니다.



1) 대전 도착


가능한 최상의 컨디션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카이스트 대학원 면접 기간은 1주일에 걸쳐 있는데, 학과에 따라 그 중 날짜를 정해 면접을 보게 됩니다. 신소재공학과의 경우 이틀에 걸쳐 면접을 보게 되어있었고 (하루는 석사, 하루는 박사였던 것 같네요) 저는 첫 날의 오전조에 해당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서 컨디션 조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루 전날 대전으로 내려갔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면접인데 돈보다 컨디션이 중요하다 라는 생각으로 나름 규모있는 호텔에서 숙박했습니다. (라고 하지만 평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비싸진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한 선택이네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어지간하면 다른 부차적 요소를 신경쓰기보다는 면접 당일 최고의 컨디션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카이스트는 대중교통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대전역을 통해서 오셨다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월평역이고 걸어서 학교까지 15분정도 걸립니다. 대신 월평역에서 매 시간 출발하는 셔틀이 있으니 면접이 오후시간이라면 학교 홈페이지에서 알아보시고 탑승하실 수도 있을듯 합니다. 그런데 첫 차 시간이 늦어서 오전조라면 짤 없습니다 ㅜㅜ

 

2) 복장


다들 풀 정장입니다


  당연하게도 우리나라 면접 표준복장인 정장을 갖춰입었습니다. 숙소에서 일어나 셔츠와 바지를 갖춰입고 양말도 신었는데, 심각한 문제가 생겼었습니다.



넥타이를 잘 못 매겠어요. 


  실화냐? 네 실화입니다. 지금도 그렇게 잘 매는 편은 아니지만, 당시의 저는 정말로 넥타이를 매본 적이 손에 꼽았습니다. 그래서 유튜브를 보며 집에서 연습도 해 갔었는데 막상 아침에는 잘 안 매지더라구요... 면접 시간은 다가오는데 마음이 급해지니 더욱 어려웠습니다. 결국 급한대로 넥타이는 가서 매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그리고 결국 넥타이는 매지 않고 (제가 본 사람 중에는 유일했습니다) 면접을 보았습니다...


넥타이는 미리미리 연습합시다



3) 대기


  집합 장소인 강의실에 모두 앉아 명단을 확인하고, 방마다 면접자 - 대기 1번 - 대기 2번 - 대기 3번 이렇게 4명이 유지되도록 순차적으로 안내를 받아 면접실로 나갔습니다. 면접이 끝난 이후에는 다시 대기실로 돌아오게 되어 있었고요.

  따라서 면접 전후로 다른 지원자분들과 함께 상당시간을 대기하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혼자 오신 분들이 많았지만, 자대생 혹은 한양대 등 많은 지원자분들이 오시는 학교의 경우 동기와 함께 온 경우도 있는 듯 하였습니다. 그분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시고 계셨기 때문에 그나마 대기실에 활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들 아니었으면 정말 적막했을거에요... 




4) 면접


  면접은 3:1로 2번 진행됩니다. 교수님 세 분이 앉아계신 방에 혼자 들어가 15~20분정도 면접을 진행하게 됩니다.  원래는 한 방은 인성, 한 방은 전공을 주로 묻는 방식이었다고도 하는데, 지금은 관계없이 자기소개 후 자유롭게 질문하십니다. 전공질문은 방마다 크게 4~5가지 질문이 나왔던 것 같은데,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네요 ㅜㅜ 기억나는 것만 적어보았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전공 면접은 원리에 대한 질문 -> 그 원리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 -> 현상의 응용 이런 순으로 나오는 질문이 대부분입니다.


4-1) 첫 번째 방



  익히 알고있던대로 교수님 세 분이 앉아계셨습니다. 들어가서 먼저 칠판에 수험번호와 이름을 적게 한 후 면접을 시작하였습니다. 면접이 진행된 세미나실 책상 구조상 교수님들과 제가 서 있는 칠판까지의 거리가 굉장히 먼 편이었어요. (방 끝에서 끝까지)  이 세미나실은 제가 졸업할 때 쯤 리모델링되어 구조가 바뀌었으니 이제는 그렇게 멀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거겠...죠?)


  먼저 지난 글에서 준비했던 1분 정도의 자기소개로 시작하였습니다. 


자기소개 (1분)

제가 누구이며, 왜 카이스트에 진학하게 되었는지

왜 연구자가 되고자 하게되었는지

장점과 약점은 무엇이며 약점에 대한 해명



첫 방에서는 자기소개에 대해서는 별다른 질문 없이(교수님들끼리 "서울대에서 카이스트에 지원한 것은 오랜만이네요 허허." 라고 이야기하시기는 했습니다) 바로 전공질문으로 넘어가셨습니다.


Bragg's law 에 대해 그림을 그려 설명해 보아라

- 그걸로 어떻게 XRD 분석을 할 수 있나?

- 그럼 결정의 구조가 바뀜에 따라 XRD 분석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나?

(그림을 처음에 분필로 예쁘게 못 그려서 지적을 받았습니다 ㅋㅋ;)


확산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라

- 농도 차이가 커짐에 따라 확산 속도는 어떻게 변하는가? 식으로 설명하라


열역학 법칙들에 대해 설명하라

- 해당 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해야하는데, 어떻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나타나나?

- 보다 세부적인 상황을 제시하시고 이에 대해서도 설명하기


  일단 첫 방에서는 막힘없이 모두 다 답변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칠판에 그림을 그려 설명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길어져서 약간 급히 끝내신 감이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는 마음이 아주 편했습니다.



4-2) 두 번째 방


  앞 방과 동일하게 자기소개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자기소개 관련해서 약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왜 자교가 아니라 카이스트로 왔는가?

- 자교도 좋은 학교지만 우리나라 과학계를 지탱하는 다른 한 축인 카이스트에 진학하여 저변을 넓히고자...


학점은 군대 다녀와서 주로 올린건가?

영어는 따로 공부를 해서 이런 점수를 얻은 건가?


(지원서를 보니) AA 분야 실험실에서 현장실습을 했는데 AA 분야에 관심이 있나?

- 그 교수님이 AA 분야를 연구하시는 분이었습니다.



Quantum Confinement Effect를 설명해보아라

그럼 그걸 바탕으로 반도체에서 Band gap의 생성 원리를 설명하라



P-N Junction의 에너지 밴드를 그려보아라

- P type 쪽에 도핑을 했을때 어떻게 밴드 구조가 변하는가? 페르미 준위의 위치는?

- 전류를 한 방향으로 가했을때는?

이거 잘 답변하지 못해서 한 달동안 불편했습니다...



어떤 나노입자가 에너지를 가했을 때 청색 발광을 한다. 

- 이 입자를 더 키우면 발광 파장은 어떻게 이동하나?

- 밴드 갭을 그럼 그려보아라



 이 방에서는 다른건 다 잘 답했는데... P-N junction의 응용문제에서 결국 막히고 말았습니다. 이때 막혔을 경우에는 교수님들이 조금씩 힌트를 주시면서 정답으로 유도해 나가려 하시는데, 그럼에도 정답으로까지는 가지 못한 문항이었습니다 ㅜㅜ 



  보시는 것처럼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해당 질문에서 점점 심화된 내용으로 파고드는 질문을 하시는 방식으로 전공면접이 이루어집니다. 질문에 따라서 결국 답변이 어려운 심화질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경우에도 본인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러이러 할 것 같다는 답변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원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가진 지식의 조합에 가까우니까요.


몰라도 '모른다' 라고 하지 마시고 꼭 알고 있는 지식에 기반한 설명을 시도하세요




5) 귀환


  한낮이 되자 오전조 면접이 모두 끝났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던 문항만 계속 머리속에 맴돌더라구요. 나머지를 잘 답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겠지? 라고 위안을 삼았지만 발표가 날 때까지 계속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습니다. 


  아, 대전 처음 오신 분이라면 돌아가는 길에 비공식 대전 유일 관광명소 ㅅㅅㄷ 빵집에서 튀김소보로 하나 사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ㅋㅋ 대전에 살게되면 사서 갈 일이 많은 선물입니다. 이거밖에 없거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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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석사과정 후기 - 0] 후기를 쓰기 시작하며

0. 후기를 쓰기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테크니컬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현재 KAIST 대학원 석사과정생으로 재학중이며, 오는 2월에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2년간이었습니다. 처음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을 때 부터 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교수님을 찾고, 연구실에 들어가고... 우여곡절 끝에 졸업논문이 완성될 때까지 만 2년. 아직 생생한 기억이지만 동시에 제 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아직 무덤덤한 기억이기도 합니다.

 

  졸업 준비를 모두 마치고 최근에야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서 느낀 점은, 제가 석사과정을 수행하면서 반드시 넘어야 했을, 또 반드시 몸으로 배워야 했을 과정도 많았지만, 반대급부로 조금 더 정보가 있었다면, 아니 누군가의 작은 조언만 있었다면 불필요했을 과정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후에 사회생활에서의 양식이 될 수 있는 경험도 아닌 것들 말이지요.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작은 공간, 바로 이 블로그에 석사과정의 후기를 적고자 결심하였습니다.

 

  후기를 쓰는 가장 큰 목적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많은 분들이 조금이나마 더 대학원에 대해 알고 진입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오늘날 인터넷 카페, 블로그, 유튜브 등 많은 공간에 그런 정보들은 차고 넘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대학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한 연구자가 해결해야나가야 할 일들이 교과서만으로 다 풀어나갈 수 없는 것처럼, 대학원 생활 역시 딱 어느 만큼의 정보를 알면 충분하다! 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대학원을 거쳐간 사람들의 이야기, 경험담은 많이 들으면 들을 수록 좋습니다. 본인에게 가치있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이야기도 많겠지만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어차피 그런 것은 본인이 직접 판단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 역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제 이야기를 적어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전달해드릴 수 있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제 필력과 묘사의 한계 외에도, 결국 대학원에서 경험했던 가장 깊은 이야기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엮여있는 만큼 사실을 그대로 인터넷에 적을 권리는 저에게 없기 때문입니다. 세부적인 연구 내용 역시 적을 수 없을 테고요. 그래도 제가 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를 직접 아시는 분이라면 분명 제 이야기임을 아실 분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제가 맞을 겁니다 ㅎㅎ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흔히 KAIST를 검색하시면 보실 사진. 막상 저는 이게 어디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출처: http://www.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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